[창간기획] 디지털 경제의 핏줄 '블록체인'ㆍ가상과 현실을 잇는 플랫폼 '메타버스'

출처 픽사베이.
출처 픽사베이.

게임업계는 최근 들어 전에 없던 새로운 시대로의 변환점에 서 있다. 과거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아케이드 게임이 온라인 게임으로, 온라인 게임이 모바일 게임으로 중심축이 옮겨갔듯이 이제는 블록체인과 메타버스 기술이 더해진 게임들이 유저들의 시선을 끌며 기지개를 펴고 있다. 새로운 시장의 선도자가 되기 위해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다수의 게임업체들이 이에 뛰어들며 산업 변혁을 이끌고 있다. 

지난해 초 블록체인 게임이 이슈 몰이를 시작할 당시만 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위상을 지닐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지난 2018년 출시된 스카이 마비스의 ‘엑시 인피니티’는 서비스 4년차를 맞아 일일 순 유저수가 200만명을 돌파하는 등 큰 인기를 누렸다. 블록체인 게임의 글로벌 시장 규모는 매 분기마다 증가해 지난해에는 약 3조원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시장으로 발전했다. 국내에서도 위메이드가 플레이 투 언(P2E) 방식과 대체불가능토큰(NFT) 거래 등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게임 및 플랫폼 개발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며 선구자 격인 역할을 맡고 있다.

메타버스는 지난 2003년 ‘세컨드 라이프’를 시초로 그동안 다양한 작품이 출시됐으나, 본격적으로 미래 먹거리로 떠오른 것은 얼마되지 않았다. 계기는 지난 2020년 코로나19의 범유행이었다. 방역을 위해 현실 활동에 제약이 생기며 자연스럽게 일상 생활이 가상 세계로 옮겨갔고, 이로 인해 가상 세계에서도 현실과 같은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요구가 생겨났다. 모장의 온라인 게임 ‘마인크래프트’를 활용한 가상 세계 건축 붐이 일어났으며, 국내에서도 다수 IT업체가 ‘제페토’와 ‘디토랜드’ 등의 메타버스 플랫폼을 선보였다.

최근 블록체인 기술과 메타버스를 골자로 하는 ‘디지털 대전환’이라는 용어가 등장하고, 민간과 기업을 비롯해 정부까지도 이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기술 발전과 산업의 변화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일부 게임업체들은 빠르면 이달 내로 블록체인 게임 플랫폼을 론칭하고 올해 중 자사의 판권(IP)을 활용한 다수의 게임을 출시할 것으로 알려져 기대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메타버스 분야 또한 단순히 아바타를 활용해 가상 세계를 영위하는 것을 넘어서 메타휴먼과 가상현실(VR)을 바탕으로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한편으로는 아직 새로운 산업과 시장이 제대로 형태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과도한 자본이 투입되는 현 상황을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이른바 ‘실체가 없는 광풍’이라는 것이다. P2E 게임과 메타버스가 딱히 이전에 비해 특별할 것이 없다는 부정론이 제기되는 상황이지만, 새로운 시대에 대한 기대감은 이를 무시하고 점차 고조되고 있다.

위메이드 '미르4'.
위메이드 '미르4'.

# 블록체인 게임, 즐기면서 돈을 버는 새로운 시도

블록체인은 데이터 위변조 방지를 위해 처음 등장한 개념으로, 개개인의 유저가 노드(Node)로 참여해 네트워크를 유지하는 방식이다. 기존의 중앙 서버 및 클라이언트 관계와는 대비되는 성질을 지니고 있어 탈중앙화라는 용어가 쓰인다. 모든 데이터 거래 내역이 기록되고 사용자들에게 투명하게 공개돼 사실상 변조가 불가능하다. 이 같은 성질을 활용한 기능이 최근 게임업계의 핫 이슈인 NFT다.

엑시 인피니티는 NFT화된 게임 캐릭터를 유저간 거래할 수 있는 기능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특히 NFT의 경우 소유권이 중앙 서버를 제공하는 게임업체가 아닌, NFT를 제작한 유저가 가지게 되는 특징이 있다. 게임 서비스가 종료되더라도 NFT 아이템의 소유권은 유저에게 귀속되며 이를 판매하거나 증여할 수 있다.

엑시 인피니티, 크립토키티 등 블록체인 기능을 활용해 게임을 즐기면서도 돈을 벌 수 있다는 P2E 게임이 떠오르자 많은 게임업체가 이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특히 국내 게임업체인 위메이드는 지난해 자사의 블록체인 플랫폼 및 동명의 코인 ‘위믹스’를 기반으로 개발한 플레이 앤 언(P&E) 게임 ‘미르4’를 글로벌 시장에 론칭했다. 게임 내 재화인 흑철을 게임 코인인 드레이코로 전환하고, 이를 기축통화인 위믹스로 교환하는 시스템을 통해 누구나 쉽게 게임을 통해 돈을 벌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또한 게임 내 착용 장비를 NFT화해 자체 NFT 거래소에서 위믹스를 통해 거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P2E 게임 서비스의 기틀을 닦았다. 미르4는 최근까지도 온라인 게임 플랫폼 ‘스팀’에서 인기 순위 톱10을 다투는 등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에 고무된 국내 게임업체들이 속속 관련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컴투스홀딩스는 지난해부터 ‘C2X’로 명명된 블록체인 생태계 구축에 나섰다. 이 회사는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원’에 3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하고, 가상자산 플랫폼 전문 기업인 ‘제나애드’를 인수해 내재화하는 등 공격적인 투자로 기술 역량을 갖췄다. 자체 플랫폼 ‘하이브’를 C2X 기반 블록체인 오픈 플랫폼으로 진화시켜 올해 내로 약 20개의 P2E 게임 서비스에 나선다.

넷마블은 지난 7일 블록체인 플랫폼 ‘MBX’의 백서를 발간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세계 최대 가상 자산 거래소 ‘바이낸스’와의 협력을 통해 뛰어난 블록체인 게임 서비스 기반을 갖춘다. 카카오게임즈는 블록체인 플랫폼 ‘보라(BORA)’의 리뉴얼과 함께 파트너인 ‘거버넌스 카운실’의 협력으로 더욱 발전할 계획이다. 네오위즈 또한 자회사인 네오플라이의 블록체인 플랫폼 ‘네오핀’과 NPT 토큰을 활용한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 밖에도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드러나지 않았지만 작품에 NFT를 도입할 계획을 세운 게임업체가 상당수다. 엔씨소프트는 NFT 기능을 자사 게임에 적용할 계획이라고 이미 밝힌 바 있으며, 크래프톤 역시 최근 ‘PUBG: 배틀그라운드’에서 스킨의 NFT화에 대한 유저 의견을 묻는 설문 조사를 개시했다. 크래프톤은 이에 대해 “해당 내용은 연구 차원에서 유저의 의견을 듣고 이해하고자 하는 목적이며, 도입 관련된 결정 사항은 아직 없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P2E 게임과 NFT의 대두로 인해 가상자산의 가치 또한 덩달아 상승하는 추세다. 향후 더 많은 게임업체가 블록체인 물결에 합류한다면 블록체인 경제 시스템이 현실 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컴투스 '컴투버스'.
컴투스 '컴투버스'.

# 메타버스, 가상과 현실을 잇는 플랫폼

메타버스(Metaverse)는 가상을 뜻하는 메타(Meta-)와 세계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가 합쳐진 신조어로 현실과 같은 사회·경제·문화 활동이 이뤄지는 가상 공간을 뜻한다. 지난 2020년 코로나19의 범유행으로 인해 ‘언택트’가 사회적인 에티켓이 되며, 가상 공간에서도 일상과 같은 생활을 누릴 수 있는 메타버스가 트렌드로 떠올랐다.

메타버스는 지속성, 실시간, 독자적 경제 체제, 디지털과 현실 양쪽의 경험 공유 등 다양한 특징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가상 아바타를 통해 타인과 교류하고 독자적인 인게임 경제 속에서 생활하는 모습은 온라인 MMO게임의 특성과 굉장히 유사하다. 때문에 게임업계에서는 과거부터 메타버스에 크게 주목해왔으며, 아예 온라인 게임이 메타버스라는 개념 그 자체라는 의견 또한 있었다.

온라인 게임 ‘포트나이트’의 경우 인게임 내에서 유명 가수들을 초청해 콘서트를 갖는가 하면, 각종 모드를 지원해 유저들이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메타버스 게임으로 유명세를 탄 ‘로블록스’는 유저들이 인게임 내에서 게임 직접 제작하고 다른 유저들과 플레이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추는 등 게임 속에서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최근 메타버스를 지향하는 게임업체들은 게임이 단지 유저들에게 재미를 제공하는 도구가 아니라, 게임을 가상과 현실을 잇는 하나의 플랫폼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 중이다. 국내 게임업체 컴투스의 메타버스 프로젝트 ‘컴투버스(Com2verse)’는 산업을 선도하는 곳 중 하나다. 이 회사는 웹툰과 웹 소설, 드라마와 영화 등의 영상물, 금융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분야에 투자를 해왔으며 이를 바탕으로 가상 현실 속에서 모든 것이 가능한 올인원 메타버스를 꿈꾸고 있다. 오피스 기능, 테마파크, 상업 지구, 커뮤니티 등을 전부 갖춘 거대 플랫폼이 될 것으로 보인다.

넥슨은 크리에이터들이 직접 콘텐츠를 제작하고 다른 유저들과 즐기는 메타버스 플랫폼 ‘프로젝트MOD’를 개발 중이다. 기본 제공 리소스에 더해 유저들이 직접 제작한 리소스도 자유롭게 사용 가능하며, 누구나 만들고 즐기는 공간 ‘메이크 & 플레이’를 핵심 가치로 내세웠다. 현재 비공개 테스트를 진행 중이며 다양한 행사 개최로 테스터들에게 큰 호평을 받고 있다.

펄어비스는 출시 예정인 온라인 게임 ‘도깨비’를 메타버스 게임으로 만들고 이를 위해 다양한 파트너 업체와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최근 공개한 인게임 뮤직비디오를 통해 CJ CGV 영화관, 뷰티 스토어, 공연장 등 다양한 요소를 선보이며 기대감을 증폭하고 있다.

이 밖에도 메타휴먼 기술을 통한 가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사업 역시 속도를 내고 있다. 스마일게이트의 버추얼 휴먼 ‘한유아’가 대표적이며, 넷마블은 지난해 자회사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해 버츄얼 아이돌 매니지먼트 사업에 뛰어들었다. 크래프톤은 인공지능(AI), 음성합성 등 다양한 기술을 활용해 대화가 가능한 AI 캐릭터를 제작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상호 작용이 가능한 버추얼 월드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메타휴먼 사업은 오는 2025년까지 약 14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 블록체인·메타버스 부정론 있지만 여전히 매력적

게임과 블록체인·메타버스 기술의 융합이 점차 구체화되며 시장의 열기가 점차 더해지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현재 업계의 상황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경우도 많다. 현재 해당 산업이 걸음마 단계를 막 벗어난 상황이며 기업들도 확신을 가지지 못한 가운데 거품이 너무 크게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게임업체 밸브 코퍼레이션의 게이브 뉴웰 회장은 지난달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메타버스를 이야기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들이 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온라인 MMO 게임을 한 번도 해 본적이 없는 사람들”이라며 메타버스를 공격했을 뿐만 아니라, 투자를 받아 부자가 되기 위한 용도로 메타버스를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게이브 뉴웰 회장과 같이 게임업계에서 블록체인과 메타버스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은 적지 않다.

온라인 게임 플랫폼 ‘스팀’에서 거래된 가상자산 중 50%는 사기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가상자산은 아직 근거가 확실하지 않다. P2E 게임으로 불어온 가상자산 광풍이 단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신기루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가상자산과 재화의 가치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게임에 꾸준히 유저가 유입돼야 한다는 점 역시 꽤나 불확실하다. 세계 4위의 게임 시장인 한국에서는 법적인 이유로 P2E 게임이 서비스가 되지 않는다는 점도 다소 아쉽다.

다만 이를 감안하고도 블록체인과 메타버스 산업은 굉장히 매력적이다. 향후 4차 산업혁명 시대 속에 기술 발전이 더해져 디지털 시대가 도래하면 해당 산업이 성숙기를 맞아 큰 변화를 맞이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블록체인 게임 경제와 메타버스의 결합을 통해 경제 체제가 구축된 가상 현실 속의 삶, ‘메타노믹스(Metanomics)’의 시대가 머지 않았다.

[더게임스데일리 이상민 기자 dltkdals@tg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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