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과 메타버스, 게임산업 대변혁 이끈다] 해외시장 동향 … NFT 게임 부정적 시선 많지만 규제 없어

출처 픽사베이.
출처 픽사베이.

국내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플레이 투 언(P2E) 게임은 게임 머니를 현금화할 수 있다는 요소가 사행성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법적인 규제를 받고 있다. 현재 게임물관리위원회가 게임산업진흥법을 근거로 해당 작품들에 등급분류를 취소해 서비스를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국내 게임업체들은 P2E 게임의 국내 서비스를 위해 게임위와 법적 다툼을 진행 중에 있으나 아직은 다소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반대로 해외는 P2E 게임 초창기부터 따로 해당 작품에 대한 규제가 없었다. 실제 현금을 베팅하는 온라인 카지노 또는 i게이밍의 경우에는 사행성을 근거로 일부 지역에서 금지가 되고 있으나,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P2E 게임은 큰 문제없이 서비스가 되는 중이다. 이 때문에 국내 게임업체들도 글로벌 시장 진출을 적극적으로 타진하고 있으며 실제로 큰 성과를 거두는 중이다.

과거 NFT 게임 ‘크립토 키티’와 ‘엑시 인피니티’로 인해 불어온 블록체인 게임 바람은 날이 갈수록 더욱 거세지고 있다. 특히 필리핀,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에서는 P2E 게임으로 획득할 수 있는 가상자산이 단순한 취미 수준이 아니라 생계를 이어 나갈 수 있는 수준으로 증가하며 한때 P2E 게임 붐이 일어나기도 했다. 브라질 등의 남미에서도 이 같은 경향이 생기며 P2E 게임과 신흥 게임시장의 시너지에 대한 분석이 이슈가 되기도 했다.

한편 글로벌 대형 게임업체들이 P2E 게임의 가치에 주목하며 점차 시장은 확대되고 있다. 스퀘어에닉스, 코나미, SNK 등 일부 일본의 대형 게임업체들은 지난해 말 대체불가능토큰(NFT)을 활용한 블록체인 게임 시장에 진출을 선언했다. 유비소프트 등은 이미 NFT 플랫폼을 론칭해 서비스에 나섰으며 사업은 점차 급물살을 타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게임 유저들의 다수는 “NFT 기능을 작품에 추가해 돈을 벌 생각 대신에 서비스의 품질부터 높이라”는 부정적인 의견을 쏟아내며, 현재 대형 게임업체들의 시장 진출은 그다지 좋은 결과를 거두고 있지는 않다.

스카이마비스 '액시 인피니티'.
스카이마비스 '액시 인피니티'.

# P2E 게임, 신흥 시장에서 대박 물결

지난 2017년 캐나다의 게임업체 액시엄 젠은 암호화폐 이더리움을 기반으로 한 세계 최초의 블록체인 게임 ‘크립토키티’를 출시했다. 이 작품은 가상 고양이 캐릭터를 수집하고 이를 양육하거나, 교배를 통해 새로운 고양이 캐릭터를 획득하는 등 평범한 수집형 게임의 형태다. 하지만 NFT화한 고양이 캐릭터를 가상자산을 통해 거래할 수 있는 기능으로 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당시 한 고양이 캐릭터는 10만 달러(한화 약 1억 2000만원)를 넘는 금액에 판매되는 등 블록체인 게임의 가능성을 전세계가 주목하기에는 충분했다. 한때 이 작품은 접속자 폭주로 인해 이더리움의 네트워크를 마비시키는 등 가상자산 열풍과 함께 했다.

스카이마비스의 NFT 게임 ‘엑시 인피니티’ 역시 NFT화된 캐릭터 ‘엑시(Axie)’를 키우고 교배해 거래하는 게임 방식으로 실제 돈을 버는 유저가 생겨나며 큰 인기를 누렸다. 특히 스카이마비스는 지난해 무려 1억 5200만 달러(한화 약 188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고, 최대 30억 달러(한화 약 3조 7000억원)의 기업 가치를 지녔다고 평가받는 등 어마어마한 성장을 이뤘다. 이 회사에 투자한 기업 중 삼성이 포함돼 있어 사업 발전 가능성이 큰 주목을 받기도 했다.

블록체인 게임의 흥행은 신흥 게임시장의 성장과 궤를 함께하고 있다. 액시 인피니티의 경우 유저가 가장 많은 지역은 바로 필리핀이다. 스카이마비스에 따르면, 액시 인피니티의 트래픽 중 약 35%가 필리핀에서 발생하고 있다. 다음으로 같은 동남아시아 국가인 인도네시아가 있으며 베네수엘라, 브라질, 인도 등 블록체인 게임은 현재 게임산업이 성장기에 들어선 개발 도상국 및 신흥국가를 중심으로 큰 흥행세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블록체인 게임으로 획득할 수 있는 가상자산이 해당 국가의 평균 임금보다 높은 수준이 되며 일을 하지 않더라도 생활비를 벌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작품의 유저 수가 끊임없이 증가하며 엑시 인피니티(AXS) 토큰의 거래량이 폭등해 올해 기준 토큰의 총 거래량은 약 41억 달러(한화 약 5조 600억원)를 상회하고 있다.

토큰의 가격 역시 지난해 미국 달러 대비 2500%의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고, 지난해 말에는 한화 기준으로 약 13만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작품 내에서 활용할 수 있는 엑시 캐릭터 3마리가 수백만원에 거래되는 등 NFT 게임은 여전히 인기를 이어가는 중이다.

유비소프트 '고스트리콘: 브레이크포인트'
유비소프트 '고스트리콘: 브레이크포인트'

# "NFT 사업 하고 싶은데…" 유저들은 다소 싸늘

블록체인 게임의 가능성이 확인되자 글로벌 대형 게임업체들도 속속 이에 주목하고 있다. 이미 위메이드의 P2E 게임 ‘미르4’를 비롯해 다수의 국내 게임업체들이 해당 시장에 진출해 큰 활약을 펼치고 있으며, 대형 게임업체들도 이에 참전했다. 유저들 역시 이에 호평을 보내며 블록체인 게임 시장에 진출한 업체의 주가가 크게 상승하는 등 국내에서는 P2E 게임이 미래 먹거리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해외는 어떨까. 글로벌 대형 게임업체들의 NFT 게임 시장 진출은 반신반의다. 현재 가장 적극적으로 NFT 사업에 뛰어든 게임업체는 ‘톰 클랜시’,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로 유명한 유비소프트다. 유비소프트는 지난해 블록체인 플랫폼 ‘유비소프트 쿼츠(Ubisoft Quartz)’를 기반으로한 NFT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NFT화된 게임 내 아이템 ‘디짓(Degit)’을 수집해 거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해당 사업이 유저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는 점이다.

일례로, 유비소프트는 지난해 12월 유비소프트 쿼츠의 소개 동영상을 유튜브로 공개했으나 공개 직후 약 일주일만에 3만 1000개의 ‘싫어요’ 버튼을 획득했다. 전체 영상 평가의 약 96%가 부정적인 의견을 보였으며, 일부 유저들은 “게임성에나 더욱 신경 쓰라”는 혹평을 보냈다. 유비소프트는 부정적 평가가 끊이질 않자 할 수 없이 해당 영상을 비공개로 돌렸다.

유비소프트는 최근 자사의 온라인 게임 ‘고스트 리콘: 브레이크포인트’에서 NFT를 도입하며 사업의 첫 발을 뗐지만 절망적인 수준의 반응을 낳고 있다. 외신들은 이에 대해 ‘스캠(Scam: 사기)’이라고 표현하며 비판하고 있으며, 심지어 유비소프트의 사내 개발자들 역시 NFT의 미래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말 니콜라스 푸어드 유비소프트 부사장은 외신을 통해 “유저들이 NFT를 아직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사업을 이어갈 의지를 보였다.

글로벌 게이머들은 NFT와 가상자산으로 인해 최근 전기 사용량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문제로 삼는다. 게임업체가 앞다퉈 블록체인 게임을 출시한다면 결국 전기 생산에 사용되는 화석 연료 등의 증가를 불러 탄소 배출량이 높아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디지코노미스트에 따르면, NFT의 기반이 되는 이더리움의 연간 63.02메가이산화산소톤으로 세르비아와 몬테네그로의 탄소 발자국과 같다. NFT가 어느 정도 규모의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지는 정확히 집계되지 않았고 다소 비약이라는 주장도 있으나, 글로벌 게이머들은 게임업체들에게 NFT 게임을 제작할 것이라면 탄소 중립 대책 역시 세우라고 밝히고 있다.

게임성에 대한 문제 역시 있다. NFT 게임을 제작하는 게임업체들이 NFT에만 과도하게 집중하며 게임의 퀄리티가 다소 떨어진다는 우려다. 실제로 다수의 블록체인 게임이 게임성 부족이라는 장애물에 부딪히며 게임이 재화와 NFT를 획득하기 위한 단순 노동으로 전락하고 있다. ‘스토커’ 시리즈의 개발업체 GSC 게임월드는 지난해 신작 ‘스토커2’에 NFT 기능을 선보이겠다고 했으나 유저들이 한 목소리로 “게임과 다운로드 콘텐츠(DLC)에나 집중하라”며 호소하자 이를 취소했다.

# 반발에도 불구하고 … 도전은 이어진다

블록체인 게임에 대한 유저들의 비판과 사업성의 유무 문제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대형 게임업체들은 여전히 사업을 확대하며 가능성을 찾고 있다. 유명 판권(IP)을 기반으로 수백개의 블록체인 게임을 서비스하고 있는 ‘애니모카 브랜즈’가 대표적이다. 애니모카 브랜즈는 지난 2018년 중화권 시장에 엑시 인피니티를 서비스한 것에 이어 마블과 포뮬러1, 메이저리그 베이스볼 등의 라이선스를 획득해 블록체인 게임을 제작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1월 약 3억 6000만달러(한화 약 4500억원) 규모의 대형 투자를 유지했으며, 이에 세계적인 사모펀드 중 하나인 KKR(콜버그크래비스로포츠)가 참여하며 5억달러(한화 약 6000억원)까지 투자 규모가 커질 전망이다. 투자 유치가 성공한다면 애니모카 브랜즈의 기업가치는 약 12조원에 달한다.

일본의 대형 게임업체 스퀘어에닉스의 마츠다 요스케 대표는 올해 신년사를 통해 “지난 2021년은 NFT의 1년차였으며, 향후 더 발전할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또한 마츠다 대표는 “현재 스퀘어에닉스는 블록체인 게임을 새로운 투자영역으로 보고 공격적인 연구 개발(R&D)을 진행하고 있다”고 회사의 청사진을 설명했다. ‘파이널판타지14’ 등 수많은 명작을 탄생시킨 스퀘어에닉스가 향후 출시하는 다양한 게임에 NFT를 적용한다면 큰 반향을 일으킬 수 있다. 또한 스퀘어에닉스는 자체적인 게임 토큰 발행에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가상자산을 활용한 P2E 게임에 대한 가능성도 열어놨다.

‘메탈슬러그’, ‘킹 오브 파이터즈’ 시리즈의 SNK 역시 자사의 IP를 활용한 NFT를 출시하는 등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SNK는 최근 블록체인 기업 온버프와의 협력을 통해 알리 옥션에 인기 캐릭터의 NFT를 선보여 큰 호응을 낳았다. 세가는 지난 1월 일본에서 ‘세가NFT’라는 신규 상표를 출원하며 NFT 계획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세가의 사토미 하루키 CEO는 “단순한 돈벌이라면 NFT 계획을 철회하겠다”고 밝혔지만 향후 계획까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먼저 중소 게임업체들이 NFT와 블록체인 게임을 활용해 큰 성과를 올리고, 이 같은 경향이 대세가 된다면 글로벌 게임업체들도 사업에 뛰어들 것”이라고 향후 산업의 발전 과정을 예측하고 있다. 블록체인 게임 관련 산업이 본격화된 지 1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기에 아직 대중에 보급되지 않았고, 결국 기술 발전 및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이다.

[더게임스데일리 이상민 기자 dltkdals@tg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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